여러분이 과연 1987년 메달리온 펀드(Medallion Fund)에 단돈 1000원을 투자했으면 얼마가 되었을까?

2018년에 39억 8724만원이 되었을것이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가 운용한 메달리온 펀드(Medallion Fund)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면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헤지펀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수학자 짐 사이먼스(Jim Simons)가 1988년에 설립한 이 펀드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수학적 모델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금융시장을 거래하는 ‘퀀트 투자’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짐 사이먼스는 이렇한 수학적 투자로 수조원의 자산가 되었으며,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번 수학자"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메달리온 펀드는 여전히 철저한 비밀 속에 가려져 있다. 실제로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글에서는 메달리온 펀드의 역사와 압도적인 수익률, 그리고 어떻게 역사상 최고의 돈 버는 기계가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메달리온 펀드의 역사
짐 사이먼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영하기 전에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스토니브룩 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 수학과 학과장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뛰어난 수학자들을 학교로 끌어모으며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사이먼스의 야망은 학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1978년 학계를 떠나 트레이딩 회사를 설립했고, 이것이 훗날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된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뛰어난 수학자들을 대거 영입했으며, 상당수는 과거 동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James Ax는 회사 초기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몇 년간 선물 시장을 거래하던 사이먼스와 Ax는 1988년 메달리온 펀드를 출범시켰다. 펀드 이름은 두 사람이 수학 분야에서 받은 권위 있는 상에서 따온 것이었다.

하지만 초기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첫 해인 1988년 메달리온 펀드는 수수료 차감 후 기준 9%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S&P500은 16% 이상 상승했다. 다음 해에는 펀드가 4% 손실을 기록한 반면 S&P500은 30% 넘게 상승했다. 내부 갈등이 심해졌고, 결국 Ax는 1989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사이먼스는 저명한 게임이론 학자인 Elwyn Berlekamp를 영입해 트레이딩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설계하게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90년 메달리온 펀드는 수수료 차감 후 55%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펀드가 성공할수록 사이먼스는 더 높은 성과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는 Berlekamp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금 가격 이야기, 특정 선물시장 이야기, 더 나은 수익률을 만들 방법 이야기였다. 끝없는 압박 속에서 결국 Berlekamp도 회사를 떠났다.
그 후 사이먼스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 집어치우고 내가 직접 운영하겠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후 사이먼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들을 영입하며 메달리온 펀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1994년 메달리온 펀드는 수수료 차감 후 7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2000년에는 무려 98.5% 수익률을 기록했다.
메달리온 펀드의 수익률
르네상스의 대표 펀드인 메달리온은 198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2%(수수료 전), 연평균 37%(수수료 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수익률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이해하려면 비교가 필요하다.
1988년에 메달리온 펀드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2021년에는 약 42,000달러가 되었지만, 같은 기간 S&P500에 투자했다면 약 4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했더라도 약 152달러 정도였다.
즉, 메달리온 펀드는 지난 수십 년간 최고의 자산군 중 하나였던 미국 주식시장보다 약 1000배,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 중 하나인 워런 버핏보다도 약 250배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메달리온 펀드의 수수료 구조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흔히 “2 and 20”이라고 불리는 구조를 사용한다. 연 2% 운용 수수료와 성과의 20%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메달리온 펀드는 “5 and 44”를 사용했다. 즉, 연 5% 운용 수수료와 성과의 44%를 수수료로 받았다.
겉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다.
예를 들어 사이먼스가 연 5% 수수료는 운영 비용으로 사용하고, 성과 수수료 44%만 재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투자자가 1988년에 100만 달러를 맡겼을 경우 1997년 말 투자자의 자산은 약 1580만 달러가 되지만, 사이먼스 본인 역시 0달러에서 시작했음에도 약 1590만 달러를 보유하게 된다.
연간 수익률 비교
메달리온 펀드의 진짜 위대함은 연도별 수익률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위 차트는 수수료 차감 이후 기준이다
메달리온 펀드는 1989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수수료 후 기준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더 놀라운 점은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부분적으로 음수(-0.41)였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금융위기다. 당시 S&P500이 -37% 폭락했지만 메달리온 펀드는 오히려 82% 수익률 (수수료 이전엔 152%) 을 기록했다.
메달리온 펀드는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개별 기업이나 비즈니스 자체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공동 CEO였던 Robert Mercer는 회사의 모델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어떤 날은 Chrysler를 사라고 하고, 어떤 날은 팔라고 한다.”
문제는 Chrysler라는 회사는 이미 Daimler AG에 인수되어 오래전에 상장폐지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일화는 메달리온 펀드가 기업 분석보다 수학적 모델에 얼마나 의존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Greg Zuckerman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이먼스는 일찍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급 수학과 최첨단 컴퓨터 모델을 사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들이 직관과 감에 의존할 때 그는 데이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메달리온 펀드는 실제로 무엇을 한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데이터 속의 작은 패턴들을 찾아내고, 각각에서 아주 작은 수익을 반복적으로 추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수익들이 엄청난 규모로 누적되면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익 머신이 탄생했다.
메달리온 펀드에 투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반 투자자는 메달리온 펀드에 투자할 수 없다. 메달리온 펀드는 1993년 이후 외부 투자자에게 완전히 폐쇄되었다. 현재는 짐 사이먼스와 르네상스 직원들만이 펀드의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
유일하게 투자하는 방법은 르네상스에 입사하는것이다.
특이하게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는 기존 Wall Street 금융업계와는 달리, 금융 전공자나 애널리스트 출신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채용 기준은, 수학자(mathematicians), 물리학자(physicists), 통계학자(statisticians), 컴퓨터 과학자(computer scientists), 신호처리 전문가(signal processing experts), 암호학자(cryptographers) 등을 중심에서 박사 학위 소지자, 학계에서 좋은 논문들을 쓴 이력 이 있다면 지원 가능 하다고 한다.
돈보다 중요한 것
메달리온 펀드의 엄청난 성공을 보면 짐 사이먼스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는 투자와 알고리즘,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존재한다.
1996년 사이먼스는 세 아들 중 한 명을 자전거 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7년 후 또 다른 아들도 발리에서 익사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시장의 패턴을 분석하고 확률을 계산할 수 있었지만, 이런 비극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시장을 정복한 남자조차도 삶의 비극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그는 역사상 최고의 투자 성과를 모두 포기하더라도 두 아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돈의 가치가 어디까지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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